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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히 위안이 되는 시_정미주내가 좋아한 그 사람의 시 2023. 10. 14. 10:58
감히 위안이 되는 시
저는 길에 깃든 공학과 미학을 사랑합니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상상하는 일은 즐겁습니다. 울퉁불퉁한 시골길, 빌딩 숲으로 이어지는 길, 몸을 비집고 들어가야 되는 좁은 길, 새와 버려진 개와 고양이가 다니는 동물의 길, 공중에 열리지 않는 문이 있는 길, 떠나지 못하는 존재들이 머무는 계단이 있는 길을 떠올려 봅니다. 검문이 없는 세계 지도를 클릭하면 손끝에서 국경은 사라지고, 길은 확장하면서 소멸됩니다. 길 위에서 잠이 들고, 삶의 방식에 저항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저는 그들이 공식을 발견하는 수학자이자 시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늘 끝없이 갈라지는 길 위를 서성였습니다. 돌이켜보면 길은 사람이었고, 저 또한 누군가에게는 지나가는 길이었습니다. 언제까지 길 위에 머물 수 있을지 알 수 없지만, 이 불안한 정서에 설레기도 합니다. 시를 통해 여러분을 뵙게 되어 정말 행복합니다. 오늘 함께 읽을 <우수 사원>과 세 편의 시가 감히 불온하고 슬프지만, 위안이 되는 시들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슬픔을 주는 약은 드물고, 우리의 삶에 예방주사는 언제든 필요하니까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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